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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나와 조지아 오키프의 하늘과 구름

나는 참 하늘을 자주 본다. 특히 비행기를 타면 하늘과 구름, 땅과 바다와 집들을 보며 저절로 감탄을 쏟게 된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언젠가는 ‘잘 그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근데 그러고는 높은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크고 작은 구름의 모양들이 조금씩 정말 천천히도 변하다가, 또는 어쩌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모습들에 이내 기가 확 질려버려 창문을 내려버리고는 눈감고 잠을 청하게 된다. 그리고 다 잊어버리기가 일쑤다. 나는 결국 항상 그림에 대한 집념도 끈기도 노력도 모자랐던 것이다.     창의성의 기본 요인 중 하나는 의외의 상상력이다. 그런데 나는 창의성에는 상상력 외에도 관찰력과 집념과 끈기와 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더해서 남의 시선에 미련을 갖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대담성과 용기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걸작을 탄생시킨 미술가들에 대해서 저절로 찬사를 외치게 되고, 창조성에 대한 영감을 거듭 받으며 “정말 훌륭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이런 면모들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리라. 물론 이런 예들은 미술뿐만이 아니라 다분야의 예술가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21일, 아주 오랜만에 다운타운의 시카고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 갔다. 그 방문의 주된 목적은 거기서 개최한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1887~1986)의 미술전을 관람하는 데에 있었다. 그녀는 미국 모더니즘의 대표적 화가로서, 1985년 레이건 대통령에게서 예술훈장(the Medal of the Arts)을 받았다. 그날 내가 방문한 미술전의 제목은 Georgia O’Keeffe: “My New Yorks”이였다.     사실상 나는 위스콘신 대학교(플랫빌)에서 아이들의 창의성 발달과 교육에 대해서 가르칠 때, 오키프가 미술교사였기도 했지만, 또 위스콘신 태생이라는 이유로 더욱 친근감을 갖고, 그녀의 예술 작품을 교과 내용에 포함시켰었다. 그녀는 특히 큰 꽃 그림, 즉 클로즈업 꽃 그림들로 유명한데, 이는 멀리서 바라본 꽃들의 전체 모습이 아니라, 마치 ‘벌의 관점(a bee’s perspective)에서 보는 마냥, 매우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본 꽃 한 송이의 세밀한 형태와 이미지를 포착한 것이다. 또한 그녀는 주변의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즉 꽃을 포함해서 사막, 언덕, 하늘, 산, 호수, 두개골, 동물의 뼈 등이 그녀 그림의 소중한 재료였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녀가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를 넘나드는 추상적 신비주의 예술가로 느껴진다. 그녀는 한마디로 시대적 한계와 경계를 넘어뜨린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 그리고 이에서 더 나아가 시카고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는 오키프 예술 작품의 깊이를 한층 더 부각시켜 주었다. 그녀는 뉴욕 호텔 등지에서 거주하며 관찰한 주변 환경과 소재들을 캔버스에 자신의 독특한 관점으로 아름답게 담아내었다. 즉 그녀는 그 당시의 마천루, 거리의 가로등, 하늘, 구름, 달들을 잘 조화시켜 뉴욕의 도시 모습을 매혹적으로 표현했다.     다시 내가 자주 쳐다보는 하늘로 돌아가보자. 오키프의 유명한 작품 중에는 구름 위의 하늘(Sky Above Clouds) 시리즈가 열한 점이 있다. 시카고 미술관에도 그 중 한 점인, Sky Above Clouds IV가 소장되어 있다. 이는 그녀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그녀의 말년에 이루어낸, 하늘의 구름 풍경을 표현한 그림들이다. 그녀의 예술에 대한 열정은 정말 과연 놀랍다! 물론 그녀는 예술 교육을 받은 전문적인 예술가이지만, 나도 그녀와 똑같이 비행기를 많이 타고 다녔어도, 아직도 구름 한 점 그리기가 두렵고 어렵다. 내가 복잡하게 생각한 구름을 그녀는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모양의 반복으로 잘 묘사했다. 여기서 나는 다시 한번 그녀의 대담성과 용기, 그리고 관찰력, 집념, 꾸준함과 노력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조지아 오키프는 독특한 상상력을 넘어 창의성의 여러 진면모를 뼛속 깊이 생생하게 살다 간 98세의 장수 할머니 예술가였다. 그래서 그녀가 남긴 “용기가 있어야 자신의 예술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말은 우리를 더욱 더 기백과 개성 있는 삶으로 인도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조지아 오키프 조지아 오키프 오키프 예술 가로등 하늘

202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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